한 때 자신도 동해병기 캠페인을 그만 둘까 생각했다고 피터 김 회장은 고백했다. 벽에다 대고 외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만2,000여명의 서명자들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들에게 뭔가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그만 두면 도리가 아니지 싶었다. 그들 가운데는 워싱턴, 뉴욕, LA는 물론 한국서 서명한 사람들도 많았다. 주변 지인들 가운데 “여기서 포기하면 말이 되느냐”며 강력히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정보 남용말라”며 백악관 압박
김 회장은 마음을 다잡았다. 동해병기 캠페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캠페인을 중단하려는 생각도 있었으나 적극적인 서명으로 지지해준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합니다. 끝까지 미 정부를 압박해서 교육부로부터 성의 있는 답변을 얻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다시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은 전화로, 이메일로, 서한으로 벡악관을 귀찮게 하는 작전이었다. 그 때가 2012년 7월 중순경. 3-4주가 지났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런 게 미국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전한 민의가 수렴되고 합의가 이뤄져 정책이 결정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일개 소수계 시민의 의사라고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건가? 김 회장은 점점 더 열이 올랐다.
그런 와중에 김 회장의 레이다에 뭔가가 걸렸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캠페인 이메일을 유권자들에게 쏟아 붓고 있던 시점이었다. 김 회장을 포함 많은 한인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연방 상원에 도전하는 팀 케인 민주당 후보의 홍보성 이메일이 계속 날아들었다.
동해병기 백악관 서명에 참여했던 한인들의 신상 정보가 민주당 선거운동 캠프에 전달, 혹은 누출됐다고 직감했다. 분명히 이것은 선거법 위반이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었다. 이것이 알려지고 문제가 되면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측은 매우 곤란할 수 있다. 돌파구를 찾았다는 감이 들었다.
공화당 관계자들에게 이 사실을 제보해 물었더니 분명히 선거법 위반이라는 답변이 왔다. 당연히 공화당 측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공화당이 직접 나서서 공격을 하기에는 역공을 당할 수 있어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피터 김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
다시 백악관을 향해 이메일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약간 내용을 바꿨다. “시민들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빼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해위를 중단하고 동해병기 청원에나 응답하라”는 경고성 메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롬니 대통령 후보 캠페인, 동해병기 지지자들, 페이스북 친구들 등 300여개가 넘는 단체, 개인에게 비슷한 이메일을 보내 “오바마가 시민들의 사생활 정보를 남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게 통했다. 어느 날인가 백악관의 아태계 담당 보좌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것이었다. 그해 8월13일 월요일이었던 걸로 김 회장은 기억하고 있다.
며칠 뒤인 8월16일 토마스 리 VoKA 고문변호사와 함께 연방교육부 건물로 그를 만나러 갔다. 10만2,000여 시민들의 뜻이 담긴 청원을 무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개인 정보들을 대선에 이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미 교과서의 동해병기를 청원하는 이유도 자세히 설명했더니 “동의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백악관이 교육 문제까지 직접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연방교육부장관의 소관이라는 것이었다. 던컨 장관에게 공문을 띄우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까지 해줬다.
“노력은 인정하지만 이 길이 아니다”라는 답변에 맥이 빠졌어도 백악관의 추천을 받고 다른 관계부처의 책임자를 만날 수 있게 됐으니 큰 성과였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발버둥치는 느낌은 점차 자신감으로 변해갔다.
이번엔 연방교육부 관계자들과의 싸움을 준비해야할 차례였다. 던컨 교육부장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띄웠다. 만나면 브리핑 자료로 사용할 파워포인트 30여개도 제작했다. 군 복무할 때 수없이 많은 브리핑을 했던 경험이 자료 준비에 여간 도움이 된게 아니었다. <이병한 기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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